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21년 전세값에 대한 나의 생각 (feat. 전세난, 전세계약갱신청구권, 전세물량부족)

by 개발자J의일상 2021. 7. 14.
반응형

  나는 평범한 30대초 회사원이다. 26살에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들어왔고 남들보다 빠른시기에 취업을 해서 돈도 먼저 벌기 시작했다.  처음에 원룸 6천 전세로 회사 근처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때는 그냥 혼자 살게 된 것에 만족하며 생활을 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님과 사는게 얼마나 편하고 좋았는지를 깨닫기도 했었다. 주변에 부모님과 살면서 월급을 전부 모아 차를 사는 사람도 있었고, 일찍부터 재태크에 깨어있어 갭투자를 하는 친구도 있었고, 주식에 투자하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그냥 전부 전세자금을 갚기만 했었고 무엇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부모님과 같이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먼거리를 출퇴근 할 수는 없기에 포기했다.

 

  2년을 살고 원룸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을 것 같아 재빠르게 아파트로 이동을 했다. 아파트는 1억 5천이었다. 

나는 좀 더 대출을 받아서 그 아파트에 들어갔다. 20년이 넘은 세월의 아파트로 겨울에는 동파와의 싸움이었다. 복도식 아파트라 동파가 자주 일어났고, 너무 스트레스가 많았었다. 아침마다 수도가 나오나 체크를 했고 혹시 까먹고 물을 틀어놓고 자지 않으면 거의 무조건 얼어 있었다. 

 

   그렇게 또 2년이 지나고 그냥 거기가 만족스러워서 계속 살려고했다. 그런데 중간에 주인이 자식이 결혼을 한다고 집을 빼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갑자기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신축으로 막 완공된 아파트를 찾게되었다. 거기 전세가 정말 쌌었다. 하지만 나는 늦고 말았다. 전세집이 이미 다 빠져서 없었다. 그래서 매매를 알아봤는데 몇일전만해도 피가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이미 3천이 붙었다고 했다. 그때도 한 3억중반정도 됐던 것 같은데 2018년정도 였을 것이다. 

주인에게 연락을 해 보증금을 빼줄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추석 이후에나 빼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나는 집을 사지 못했다. 그때가 나의 첫 번째 기회였다.

 

  추석 이후 나는 보증금을 돌려 받았고, 근처에 역과는 10분정도 거리가 있는,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지 않은 아파트에 전세집으로 2.5억에 들어갔다. 이 때도 집을 사려고했지만 어머니 친구가 아는 부동산 아줌마가 "곧 아파트값 떨어진다, 굳이 뭐하러사냐, 그냥 청약 당첨을 노려라" 라는 말을 했다. 나는 "에이 더 떨어지겠지 여기서 더 오르겠어?" 라는 마음으로 그냥 전세를 들어갔다. 그 때도 물론 금리가 낮았지만 요새와 같은 저금리는 아니었다. 충분히 대출을 받아서 살 수 있었지만 정부를 믿고 구매하지 않았다. 이게 나의 두 번째 기회였다.

 

  1년 조금 넘게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집을 판다고 연락이 왔다. 계약할 당시에는 절대 안판다고 했는데 집값이 많이 올랐는지 다주택자의 징벌적 과세에 쫄아서 파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판매의사를 밝혀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이 없었던 것 같다. 집이 팔리고 나서 보니 임대차 3법으로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게 생겼고 최소 4년의 거주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집주인이 들어와서 산다고 하면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었다. 집을 산 새 집주인은 신혼부부 같아 보였고, 자기가 살기위해 집을 산 것 같았다. 결국 이 집주인은 본인이 들어와 살거라는 의사를 표시했고 나는 또 전세집을 구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2021년 7월 전세집을 구하려고 사방팔방 돌아다녔다. 39형은 2억2천 초반부터 2억 6천까지 다양하게 매물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새아파트에서 살았고, 새 건물, 새 시스템에 적응이 되어 웬만한 물건은 성이차지 않았다. 

그리고 59형이 분명 2억 5천이었던 2년전에 비해 39형이 2억 6천이라는 비 현실적인 전세값에 놀라게 되었다. 

 

  수원역에 새로 입주하는 도시형생활주택이 있었다. 나는 거기를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안에가 별로였다. 49형인데 왜 이렇게 밖에 못만들었나 싶기도 했다. 큰 도로주변이라 창문을 열면 굉장히 시끄러웠다. 여기서 살아도 되나 싶었다. 여기도 2억 8천을 불렀다. 초반에는 2억 5천에 계약이 되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니 3천을 올렸다. 부동산 아저씨의 말로는 수원역이 광교보다 좋은데 광교는 비쌀 이유가없다고 했다. 여기가 더 좋다고 여기 지금 사야된다고. 피가 3천까지 붙은 매물이 쫙있고 피가 거의 안붙은 매물들도 어느정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3억5천 정도였다. 복도식 49형 수원역과 가깝지만 내가 SRT를 얼마나 탄다고 이가격이나 주고 이 복도식을 사야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기가 부동산을 하고 있으면서 집을 10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다주택자였다. 자식한테도 3채나 사게 했다고 했다. 이 부동산 아저씨가 일년에 얼마를 벌면 10채나 집을 샀을까 궁금했다. 자기 믿고 집사면 다 부자된다고 꼭 사라고 했다. 듣다보니 집을 안사면 패배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아저씨가 지금 내 연봉보다 많이 벌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10채는 전부 갭투자로 샀겠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다주택자를 못잡는 정부가 원망스러웠다. 

 

  다른 집을 보러갔을 때 부동산 아저씨는 이런말을 했다. 지금 전세가 없는 것은 사람들이 전부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나오질 않아서 그런거라고 했다. 만약 정부가 임대차3법을 밀어 붙이지 않아서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건 자명하다. 집있는 다주택자들이 전세값을 올려 사람들이 갈곳없이 월세를 전전하거나, 길거리에 나앉거나, 좁은 평수로 옮겨가거나 했을 것이다. 정부의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이 없었다면 분명 미친사태가 발생했을 것이다. 정부는 잘한 선택을 한 것이다. 물론 나는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의 혜택을 보지는 못했지만 다른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낡은 구축 아파트도 2억6천을 부르는 세상이 왔다. 2년전만해도 1억중반대의 가격이었다. 

2년만에 1억이상이 오른 것이다.

 

  대한민국에 연봉 1억을 받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보통 4~5천의 연봉을 받고 살아간다. 생활비를 쓰고나면 1년에 3천도 모으기 힘든게 현실이다. 그런데 2년만에 1억이상이 오른다는건 빚을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이야 저금리이지만 좀만 금리가 올라도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고 이 것은 기업들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들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이 해고가 될 것이고, 사람들은 점점 집 값에 돈을 쓸 수 없게 된다. 이러면 결국 다주택자들도 전세를 들어와줄 사람이 없고 매도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빚을 갚을 여력이 되지 않는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모두가 죽어나가는 길로 가고있다. 집 값 상승의 요인이 다주택자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금리 인하가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물론 다주택자들이 수입을 볼 수 없게 정부가 규제를 못한 것도 맞다. 임대사업자제도가 그렇다. 임대사업자 제도로 인해 집값이 크게 뛴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정부가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 내가 들어가게 될 집은 임대사업자의 집이다. 나는 시세보다 6천만원 싼 임대사업자의 전세 매물을 계약하였다. 집이 물론 지금 사는 곳 보다 훨씬 안좋다. 하지만 가격적인 메리트를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어떻게 보면 임대사업자의 혜택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8월 중순부터는 임대사업자가 전세보증보험을 필수적으로 가입해야만 한다. 나의 전세금은 보장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사업자는 없어져야 한다. 물론 빌라나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은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은 어차피 매매가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시세도 높지 않고. 이런 아파트가 아닌 곳들은 전세금과 매매가가 차이가 별로 없다. 임대사업자들에게 전세보증보험을 꼭 들게하면서 진행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는 다르다. 아파트의 전세가와 매매가는 차이가 그래도 난다. 구축일수록 차이가 많이난다. 임대사업자에게 매도시 세금 혜택을 주게 된다면 결국 아파트 값을 어떻게 든 올리려고 할 것이다.

 

  요새는 커뮤니티가 잘 발달되어 조금만 찾아봐도 아파트별로 카카오톡방이 성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 금액을 정하고 싸게팔면 난리가나고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인간의 욕심을 끝이 없다. 하지만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는 다주택자, 담합 이런 것들은 반드시 우리사회에 척결되야할 것 중 하나이다. 노동이 없이 금융으로 돈을 버는 것이 자본주의의 꽃이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돈만 밝히는 똥덩어리일 뿐이다. 인간의 지성으로 더 나은 세계를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 것은 금융이 아닌 창의적인 노동인력이다. 계속되는 집값 상승과 노동의 가치의 절락은 이런 발전을 저하시킨다. 나 같아도 지금 일할 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 돈을 아무리 벌어도 집값은 저 위로 가있다. 

 

  언젠가 거품이 터지겠지만 그날이 금방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2년을 더 버틸 시간을 벌었다. 부동산에 미친 나라, 그 부동산으로 수익을 얻으려는 탐욕적인 인간들에게 수익을 주고싶지 않아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존버하여 청약을 들어갈 것이다. 그게 나의 신념이다.

 

이런 뻘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생각도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300x250

댓글